치매를 검사받은 어르신 중 상당수가 “혈관성 치매”라는 진단명을 처음 듣고 당황합니다. 알츠하이머와 달리 혈관 문제에서 시작된다는 점, 그리고 관리 여하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다릅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전체 치매 환자 중 약 16.5%가 혈관성 치매로 분류되는데, 이는 알츠하이머형 다음으로 흔한 치매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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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성 치매,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혈관성 치매는 뇌로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그 부위의 뇌세포가 손상되어 나타납니다.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뉩니다. 하나는 큰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한 번으로 넓은 부위가 손상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미세한 혈관이 좁아지며 작은 경색이 여러 번 누적되는 ‘다발성 소혈관 병변’ 형태입니다. 국내 임상에서는 후자, 즉 본인도 가족도 눈치채기 어려운 작은 경색이 반복되는 유형이 더 자주 관찰됩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가 서서히 완만하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혈관성 치매는 어느 순간 인지기능이 계단식으로 뚝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됩니다.
위험 요인 체크리스트 — 숫자로 확인하기
대한고혈압학회·대한당뇨병학회 등 관련 학회 진료지침이 제시하는 관리 기준선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혈압: 수축기 140mmHg, 이완기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됩니다. 오래 방치된 고혈압은 뇌혈관 벽을 약화시켜 소혈관 병변의 핵심 원인이 됩니다.
- 혈당: 당화혈색소(Hb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병 관리 목표를 벗어난 상태로 봅니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혈관 내벽이 굳고 좁아집니다.
- 콜레스테롤: 심뇌혈관 위험이 있는 경우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되며, HDL은 60mg/dL 이상이면 보호 인자로 간주됩니다.
- 심방세동: 불규칙한 심장 박동으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을 수 있어, 진단받은 경우 항응고제 복용 여부를 반드시 주치의와 확인해야 합니다.
- 흡연·과음·복부비만·운동부족: 각각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히며, 여러 요인이 겹칠수록 위험도는 산술적이 아니라 곱셈적으로 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에 놓치기 쉬운 신호
혈관성 치매는 기억력 저하보다 다음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종종걸음으로 바뀜, 이유 없는 어지럼증이나 소변 조절 실수,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의욕이 급격히 떨어짐, 계산이나 일 처리 순서를 짜는 것이 어려워짐 등입니다. 특히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이는 급성 뇌졸중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예방과 관리,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될까
- 혈압·혈당은 최소 3개월에 한 번, 고령이거나 고혈압·당뇨 진단을 받은 경우 매달 확인합니다.
-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이상(하루 30분씩 주 5회) 실천하면 혈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나트륨 섭취를 하루 2,000mg(소금 약 5g) 이하로 줄이는 저염식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금연과 절주는 새로운 혈관 손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실천 항목으로 꼽힙니다.
- 전국 보건소 부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인지선별검사(MMSE 등)를 제공하니, 매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이상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미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관리가 의미가 없지 않나요?
A. 아닙니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목표 수치 안으로 관리하면 추가적인 뇌경색 발생을 줄여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Q.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를 함께 앓을 수도 있나요?
A. 네, 두 유형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 치매’도 드물지 않아 정확한 감별을 위해 신경인지검사와 뇌 MRI·CT 촬영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무리하며
혈관성 치매는 유전보다 생활습관성 혈관 질환의 누적으로 발생하는 비중이 큰 만큼, 다른 치매 유형에 비해 예방과 관리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평가됩니다. 정기적인 수치 확인과 꾸준한 습관 관리가 결국 뇌혈관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의심되면 전문의 상담을 권장합니다.